어떻게 완료주의를 외치고 있는 나에게
이런 문장이 도착했을까.
이 문장은
일력 프로젝트를 하다 우연히 만난 문장이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법 앞에서』.
여기서는 다른 그 누구도 입장 허가를 받을 수 없었어,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나는 이제 문을 닫고 가겠소.
기획을 멈춘 채
무지성 드로잉에 가까운 프로젝트였지만,
앞뒤 맥락 없이 던져진 이번 문장은 유독
감정이나 분위기를 읽기 어려웠다.
그래서 드물게 줄거리를 찾아보게 됐고,
이 이야기가 완벽주의가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멈춰 세우는지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다.
짧게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법 앞에서 서 있는 문지기에게 시골 사람 하나가 찾아와서 법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문지기는 지금은 입장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시골사람은 허락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끝내 한 번의 시도도 없는 생애로 이어진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든 시골사람은 그동안의 모든 궁금증을 하나로 모아 질문했다.
"모든 사람이 법을 얻고자 노력할 텐데,
이 세월 동안 나 말고 아무도 들여보내 달라는 사람이
없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지요?"
문지기는 소리치듯 답했다.
"이곳은 다른 누구도 입장 허가를 받을 수 없었소.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이제 나는 가서 문을 닫겠소."
이 이야기에서 비극은 실패가 아니라 시작하지 않았다는,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완료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법은 거대한 목표가 아니다.
완벽한 이해도,
완전한 준비도 필요 없다.
그저 문 안으로 들어가 보는 한 번의 행위,
불완전한 상태로 통과해 보는 시도였을 뿐이다.
우리는 정말 문이 닫혀 있어서 들어가지 못한 걸까,
아니면 스스로에게 허락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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