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탐구4 믿는 구석 #003 | 나를 둘러싼 공기, 향 믿는 구석 세 번째 시리즈에서는 나에게 빼놓을 수 없는 '향'이다.어떤 냄새는 순간을 붙잡아둔다.어떤 향은 기억보다 마음을 먼저 흔든다.그래서 너에게 '향'은 단순한 취향보단'타임라인' 같은 것이다.1. 관계 속의 냄새동생과 나는 이제 따로 살지만서로 마주칠 때면, 이상하게도 예전 '우리 집 냄새'가 난다.그리고 그 냄새는 곧장 어렸을 적 집으로 데려간다.아직 젊었던 부모님의 모습,둘러앉은 거실, 촌스러운 체리색 몰딩이 따라온다.남편은 연애 때부터 '디올의 Sauvage'를 즐겨 뿌렸다.그때는 너무 강하다며 '향수로 샤워했냐'는 핀잔을 줬지만,이젠 그 향이 곧 '그 사람'이 되었다.출산과 함께 우리의 향수는 잠깐 멈췄지만'Sauvage'향을 맡으면 연애 시절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그리고 10년도 .. 2025. 8. 2. 믿는 구석 #002 | 근거 없는 자신감 '정신 승리'프롤로그에 달린 한 줄 댓글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나의 정신적 지주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본다.가장 먼저 떠오른 건 회복탄력성 (Resilience)'이라는 단어였다.많은 사람들에게 『자존감 수업』 이후 익숙한 단어가 되었지만,나에게 이 단어는 조금 다르게 와닿는다.나는 고무공처럼 통통 튀며 바로 일어서는 사람이 아니다.쉽게 무너지고, 오래 주저앉아, 느리게 회복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결국에는 반드시 일어나는 나를 믿는다.어떻게 일어설까를 계산하지 않아도,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다시 나아갈 거라는 믿음.'버틴다'보다는'살아간다'는 태도에 더 가깝다.넘어질 줄 아는 사람은 많지만,일어설 줄 아는 사람은 '일어섰던 경험을 믿는 사람'이다.그 믿음이 내 정신적 허리띠 같은 역할을 한다.나를 세우는.. 2025. 8. 1. 겁쟁이의 돌진 : 내 안의 필살기를 찾아서 나와 랜스가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이 친구의 독보적인 필살기는 몸을 둥글게 말아 적에게 돌진하는 것.그 하찮은 ‘돌진’은 느린 속도와 초라한 위력 탓에 패배를 면치 못한다.영화를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살짝 풀어보자면,랜스는 픽사 영화 에 등장하는 캐릭터다.주인공 라일리가 몰래 사랑했던 게임 속 영웅이지만,자신의 보잘것없는 공격력에 늘 주눅 들어 있다.그 순간, 까칠이가 다가와 랜스를 힘껏 북돋운다.“그럼 저주를 재능으로 승화해야지.”나는 겁쟁이다.블로그 이름도 ‘도망자의 노트’라 부를 만큼.그런데 도대체 왜일까?안정적이고 익숙한 내 직업을 내던지고,심장이 쿵쾅대는 이 낯선 길로 뛰어든 걸까?돌아보면, 나는 무모할 정도로 자주 방향을 틀었다.이공계 연구자가 꿈이었던 나는 미대에 진학했고,.. 2025. 5. 30. AI가 알려주는 인생의 방향 | 우리는 왜 선택하지 않게 되었을까 뉴스레터를 구독할까, 말까?이 질문 하나로 시작된 고민이, 내 머리를 망치로 내리친 듯 깨웠다."내 강점, 취약점 정도는 AI에게 물어볼 수 있다 쳐.근데 뉴스레터 구독 여부까지 AI한테 묻다니, 이게 뭐야?"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우리는 점점 더 AI에게 묻는다.이런 질문들, 익숙하지 않은가?결정 대리 요청: “이거 사도 괜찮을까?”감정 통역 요청: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뭐였을까?”의미 해석 요청: “왜 그 상황이 이렇게 불편했을까?”심리테스트로 자신을 탐구하던 한국인들은AI에게 취향, 감정, 심지어 삶의 방향까지 묻는다.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세 가지 이유를 짚어봤다.좋아하는 걸 잃어버린 우리“심심할 때야말로 좋아하는 걸 찾게 되는 거야.”이탈리아인, 알베르토가 아.. 2025. 5. 23.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