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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경제/암호화폐 입문

암호화폐의 정의: 코인은 진짜 화폐일까?

by 작은 도망 2025. 6. 28.

손에 '비트코인' 문양의 동전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 Unsplash 의 Tejaswin Gundala

암호화폐의 개념과 정의

암호화폐는 디지털 환경에서 존재하는 전자화폐의 일종으로, 암호 기술(주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거래를 기록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비트코인(Bitcoin), 이더리움(Ethereum), 리플(XRP), 솔라나(Solana) 등 다양한 형태의 암호화폐가 존재하며, 이들은 중앙은행이나 정부와 같은 중앙 기관의 개입 없이도 가치를 저장하고 교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설계되었다. 암호화폐는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DLT)을 통해 거래의 투명성과 불변성을 보장하며, 이를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차별화된 탈중앙화된 경제 생태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자산이 과연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해하는 ‘화폐’의 정의를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와 업계에서 열띤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화폐를 정의할 때 세 가지 핵심 기능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첫째, 교환의 매개(medium of exchange)로서 일상적인 거래에서 사용될 수 있는지, 둘째, 가치의 저장(store of value)으로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 셋째, 회계 단위(unit of account)로서 가격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암호화폐가 이 세 가지 기능을 얼마나 충족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과연 이를 화폐로 부를 수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디지털 자산으로 간주해야 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교환의 매개로서의 암호화폐

화폐의 첫 번째 기능인 교환의 매개는 암호화폐가 실제 결제 수단으로 얼마나 널리 사용되는지를 의미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주요 암호화폐는 온라인 쇼핑몰, 항공권 구매, 호텔 예약, 심지어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결제 수단으로 점차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Tesla)는 한때 비트코인을 차량 구매 결제 수단으로 허용했으며, 일부 글로벌 결제 플랫폼(예: 페이팔, 스퀘어)도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여전히 일상적인 소비 생활에서 현금이나 신용카드처럼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몇 가지 실용적인 제약 때문이다. 첫째,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성은 결제 시점에 가치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가격이 하루 만에 10% 이상 급등락할 수 있다는 점은 상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리스크를 초래한다. 둘째, 거래 처리 속도가 느리고, 거래 수수료(예: 비트코인의 경우 채굴자 수수료)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평균적으로 10분마다 블록을 생성하며, 혼잡 시 수수료가 급등할 수 있다. 반면, 신용카드는 즉각적인 거래 처리와 낮은 비용으로 더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이유로, 암호화폐는 현재 특정 틈새 시장(예: 국제 송금, 익명 결제)에서 주로 사용되며, 대중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평가된다.

가치의 저장 기능

두 번째 기능인 가치의 저장은 암호화폐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비트코인은 21백만 개로 공급량이 제한된 희소성과 채굴 난이도 조절 메커니즘으로 인해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는 특히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국가(예: 베네수엘라, 짐바브웨)에서 투자자들이 법정화폐의 가치 하락을 헤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선택하는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실제로, 2020년대 초반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기관 투자자들도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였으며,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와 같은 기업은 자산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가치 저장 기능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주요 암호화폐는 단기적으로 큰 가격 변동성을 보이며, 예를 들어 2021년 비트코인은 6만 9천 달러를 돌파한 후 몇 달 만에 3만 달러 이하로 하락한 바 있다. 이러한 변동성은 안정적인 자산으로 간주되기 어렵게 만든다. 반면, 금이나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기술적 혁신성과 탈중앙화 특성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 자산으로 인식되며, 점차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으로 채택되고 있다.

회계 단위로서의 역할

세 번째 기능인 회계 단위는 암호화폐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표시하는 기준 단위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현재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는 달러, 원, 유로와 같은 법정화폐로 가격이 책정된다. 암호화폐로 가격이 직접 표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의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은 실시간 환율을 기준으로 법정화폐 가치를 환산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구매할 때, 가격은 ‘0.0001 BTC’로 표시되기보다는 ‘5달러(0.0001 BTC)’처럼 법정화폐 기준으로 환산된다. 이는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과 시장 신뢰 부족 때문이다. 회계 단위로서의 화폐는 안정성과 보편성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 주체들 간의 신뢰와 광범위한 수용이 필수적이다. 현재 암호화폐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기에는 시장 성숙도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세금 계산, 계약서 작성, 회계 장부 기록 등에서 암호화폐가 기준 단위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일부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는 자체 생태계 내에서 토큰을 회계 단위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는 미래에 암호화폐가 더 널리 수용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암호화폐의 미래 가능성

결론적으로, 암호화폐는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 회계 단위라는 화폐의 세 가지 기능 중 일부를 충족하지만, 기존 법정화폐와 동일한 수준의 안정성과 보편성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암호화폐는 ‘화폐’보다는 ‘디지털 자산’ 또는 ‘가상 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규제 환경의 정비, 시장의 성숙이 이루어진다면, 암호화폐는 미래에 진정한 의미의 화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같은 프로젝트는 암호화폐의 기술적 장점을 활용해 법정화폐의 안정성과 결합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또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확산과 탈중앙화 금융(DeFi)의 성장으로 인해 암호화폐의 실용성과 신뢰도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 따라서 암호화폐는 단순한 투기 자산을 넘어 경제 시스템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발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기술적 혁신과 사회적 수용의 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