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간 클래식/작은 고백11 피라미드는 많을수록 좋다 | 대한민국의 계급도 1. “사람들”은 정말 존재하나요?“사람들이 다 그래”, “사람들이 그렇게 살더라”—누구나 한 번쯤 말해봤을 것이다.그런데, 그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친구? 이웃? 아니면 SNS 속 이름 모를 익명들? 조승연 작가는 이 ‘사람들’이 사실 내 안의 허상이라고 말한다.사회를 바라보는 내 렌즈, 내가 믿고 싶은 틀,그리고 내가 두려워하는 욕망이 만든 유령 군단.우리가 “사람들이 이렇게 본다”라고 말할 때,정작 그 말은 내 불안을 내 입으로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그렇게 우리는 '다수의 기준' 앞에서 흔들리고,어느새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놓쳐버린다.2. 하나의 피라미드에 목숨 거는 사회한국 사회는 은근하고도 집요하게 하나의 피라미드를 강요한다.'도시별 평균 연봉', ‘명품백’, ‘대학’, ‘연봉별.. 2025. 7. 15. 책은 핑계여도 좋다 | 2025 국제도서전 축제는 환영받을 만하지만10여 년 전, 매해 들르던 디자인 페어는 나에게 기대와 배움의 자리였다. 사용자 중심의 혁신적인 제품과 다층적인 기획이 공존하던 그곳은, 디자이너로서의 나에게 자극이 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해부터인가 부스 대부분이 '눈코입 달린 캐릭터 굿즈'와 귀여운 스티커들로 채워졌다. "이게 디자인이야?" 당혹감이 먼저 들었고, 그 안에서 나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그때의 감정은 단순히 특정 장르나 작가에 대한 반감이 아니었다. 디자인 본연의 목적이 흐려지는 현실과, 그런 흐름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애정하던 장르가 변질되는 것을 지켜보는 감정, 동시에 그 안에 자리하지 못하는 소외감. 그리고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을 보며, 그.. 2025. 6. 16. SNS 부적응자 선언 SNS 부적응자의 자조적 기록.링크 꾸역꾸역 붙이는 나, 오늘도 실패담 쓴다.“오늘도 스레드 부적응자는 글쓰기 너무 싫지만 뭐라도 쓴다.”글쓰기가 싫다고 중얼거리며 Threads에 글을 올렸는데,좋아요가 5개, 팔로우가 2명 생겼다.나는 오늘도 SNS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고,그 실패를 이렇게 기록한다.요즘 각 플랫폼에는 나름의 전략이 있다.스레드에서는 링크 유도를 하지 않는다.‘프로필 클릭 유도형’ 스레드가 표준처럼 여겨진다.그런데나는 매 글마다 꾸역꾸역 링크를 붙인다.아무도 안 누르지만, 그냥 붙인다.누가 보면"부적응자 인증이네" 할지도 모르겠다.맞다, 부적응자 맞다.하지만 나는 글을 쓴다.성공하면 성공담으로,실패하면 실패담으로.글쟁이에겐 언제나 글감이 남는다.오늘의 부적응자 선언이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2025. 6. 13. 손이 느린 사람의 재부팅 일지 연차만 쌓인 굼뜬 신입N년차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도,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 앞에서 나는 다시 ‘손이 느린 신입’이 되었다.슬로건 하나 쓰겠다고 노트북을 2시간 동안 쳐다봤다.마케팅 문구를 쓰는 게 아니라, 유언장이라도 쓰는 기세였다.'최선의 길'을 찾겠다고 머리를 굴리다가,'자의식의 늪'에 빠져 며칠을 허우적댔다. 효율을 좇다 보니, 비효율의 표본이 되어 있었다.그때 유튜브가 내게 하나 던져줬다.제목은 ‘똑똑한 사람일수록 게으른 이유’. 운명 같은 알고리즘에 감탄했지만정곡을 찌르는 멘트들에 숨이 턱 막혔다.이 영상이, 멈춰 있던 실행 회로 하나를 톡 건드렸다. “손이 느리다”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숨어 있다.착수 전 망설이는 CEO형 : 더 나은 방법, 완벽한 설계를 찾다가 시작조차 못 하는 사.. 2025. 6. 13. 생존은 감수성이 아니라 두꺼운 피부에서 둔감한 사람을 보면 답답했다.무례하거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모임을 다녀오는 길, 내가 차 안에서 잠깐 표정이 굳어 있으면남편은 묻는다.“무슨 안 좋은 일 있어?” — 세상 어리둥절한 얼굴로.그 짧은 대화 안에 기분 나쁜 순간이 있었는지조차, 그는 알지 못한다.“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정말 잘했네요.”상사의 미세 공격에도,지하철 안의 불편한 스침에도그들은 무심히 지나친다.마치 뜨거운 여름날 얼음이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것처럼.그들은 감정을 통과하고, 나는 감정에 붙잡힌다.비슷한 넋두리를 나누며 알게 됐다.우리의 회사생활은 고만고만했고,나는 그 안에서 유난히 더 빨리 소진되었다.그 사람은 그 순간을, 유연하게 통과하고 있었다. 둔감함은 무지가 아니었다.‘알아도 반응하지 않는 것.. 2025. 6. 7. 겁쟁이의 돌진 : 내 안의 필살기를 찾아서 나와 랜스가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이 친구의 독보적인 필살기는 몸을 둥글게 말아 적에게 돌진하는 것.그 하찮은 ‘돌진’은 느린 속도와 초라한 위력 탓에 패배를 면치 못한다.영화를 아직 만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살짝 풀어보자면,랜스는 픽사 영화 에 등장하는 캐릭터다.주인공 라일리가 몰래 사랑했던 게임 속 영웅이지만,자신의 보잘것없는 공격력에 늘 주눅 들어 있다.그 순간, 까칠이가 다가와 랜스를 힘껏 북돋운다.“그럼 저주를 재능으로 승화해야지.”나는 겁쟁이다.블로그 이름도 ‘도망자의 노트’라 부를 만큼.그런데 도대체 왜일까?안정적이고 익숙한 내 직업을 내던지고,심장이 쿵쾅대는 이 낯선 길로 뛰어든 걸까?돌아보면, 나는 무모할 정도로 자주 방향을 틀었다.이공계 연구자가 꿈이었던 나는 미대에 진학했고,.. 2025. 5. 30.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