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신입 동생이 두 명 들어왔고,
좋아하던 장난감은 낡아서 사라졌다.
40개월 아이에게 작은 사건도 큰 파도다.
그 파도는 짜증이 되어 나를 덮친다.
못난 엄마는 참다 참다 결국 욱한다.
비슷한 시기에 나도 결핍을 맞았다.
아이폰, 에어팟, 아이패드가 한꺼번에 숨을 거둔 것.
세 가지를 다시 살 만큼 애플은 내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힘을 빼고, 한쪽에 집중하기로.
가장 좋아하는 음향기기에 투자할 수 있었고,
나머지 제품에서 힘을 뺐다.
-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흑백의 'BOOX Poke6'
- 잡음을 걷어낸 갓삼성 '갤럭시 S25'
- 그리고 나의 마지막 쉴드 '바워스앤윌킨스 노캔 헤드셋'
아이의 짜증은 여전하지만,
육퇴 후 맥주와 헤드셋을 끼면 눈앞이 녹는다.
지금 내가 살 수 있는 최고치 행복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말도 좋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면
돈이 모자란 건 아닌지 살펴보세요.'
p.s. 20대의 나는 남편에게 여행을 가자고 졸랐고,
남편은 저축이 중요하다며 거절했다.
2025년도 우린 정반대의 길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Image by. 사진: Unsplash의Chris J.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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