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2 생존은 감수성이 아니라 두꺼운 피부에서 둔감한 사람을 보면 답답했다.무례하거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모임을 다녀오는 길, 내가 차 안에서 잠깐 표정이 굳어 있으면남편은 묻는다.“무슨 안 좋은 일 있어?” — 세상 어리둥절한 얼굴로.그 짧은 대화 안에 기분 나쁜 순간이 있었는지조차, 그는 알지 못한다.“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정말 잘했네요.”상사의 미세 공격에도,지하철 안의 불편한 스침에도그들은 무심히 지나친다.마치 뜨거운 여름날 얼음이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것처럼.그들은 감정을 통과하고, 나는 감정에 붙잡힌다.비슷한 넋두리를 나누며 알게 됐다.우리의 회사생활은 고만고만했고,나는 그 안에서 유난히 더 빨리 소진되었다.그 사람은 그 순간을, 유연하게 통과하고 있었다. 둔감함은 무지가 아니었다.‘알아도 반응하지 않는 것.. 2025. 6. 7. 소외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회복 “삶에서 어떤 기억은 말할 가치조차 잃는다” 20대의 나를 가장 오래 따라다니던 질문이 있었다.“정말, 내가 문제는 아닐까?”‘소외’라는 감정은 늘 나에게로 돌아왔다.그리고 그 질문을 안겨주었던 한 지인을,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예전 같았으면 그의 안부조차 고통이었겠지만,지금의 나는 그와 마주앉아 차를 마실 수 있었다.나는 묻지 않았다.‘말하지 않음’은 무관심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었다.그렇다고 내가 그를 완전히 용서한 것도,그 일을 잊은 것도 아니다.그 ‘사건’에게는 다시 내 삶에 들어올 기회를주고 싶지 않았다.삶에서 어떤 기억은, 말할 가치조차 잃는다.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감정은어쩌면 ‘해석’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내가 나를 중심에 둘 수 없었던 시기,그 중심이 흔들릴 때바깥의 모든 것도 무너지.. 2025. 4. 24.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