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어떤 기억은 말할 가치조차 잃는다”
20대의 나를 가장 오래 따라다니던 질문이 있었다.
“정말, 내가 문제는 아닐까?”
‘소외’라는 감정은 늘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질문을 안겨주었던 한 지인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예전 같았으면 그의 안부조차 고통이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와 마주앉아 차를 마실 수 있었다.
나는 묻지 않았다.
‘말하지 않음’은 무관심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를 완전히 용서한 것도,
그 일을 잊은 것도 아니다.
그 ‘사건’에게는 다시 내 삶에 들어올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삶에서 어떤 기억은, 말할 가치조차 잃는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감정은
어쩌면 ‘해석’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중심에 둘 수 없었던 시기,
그 중심이 흔들릴 때
바깥의 모든 것도 무너지듯 보였던 거다.
회복의 과정에서,
그 지인은 결국 내게 ‘글감’이라는 선물을 준 사람이 되었다.
소외는 때때로 감정이자, 동시에 기질의 결과일 수 있다.
나처럼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하고,
자기 페이스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
소외는 억울한 결과가 아니라,
삶이 만들어준 한 겹의 결일 수 있다.
이런 우리는 소외당한 기억들을
‘진짜 소외’였는지, 아니면 해석의 결과였는지
가만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에게 따뜻하게 묻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내 리듬을 지키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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