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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간 클래식/도망자의 서재10

[인문학] II. 이성은 없다, 수습반장만 있을 뿐 | 라틴어 수업, 한동일 2025.05.09 - [도망자의 서재] - I. 공부는 했지만, 사람은 그대로입니다만? | 『라틴어 수업』 한동일 “인간의 부조리함은 뇌가 아니라 위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인간은 역설적으로 그 부조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위가 아니라 뇌에 의지하게 됩니다.”그렇다면 내 위는 얼마나 많은 일을 저질러왔고, 내 뇌는 그걸 얼마나 성실히 수습해 왔을까.이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단지 수습반장일 뿐이었다.조금 더 덧붙이자면,『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빠른 직관형 시스템 1과 느린 분석형 시스템 2로 나눈다.우리는 늘 시스템 2, 즉 ‘이성’에 의지한다고 착각하지만,실제로는 대부분 시스템 1—무의식, 감정, 위의 소리 따위—에 움직인다는 점이다.『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서도 말한.. 2025. 5. 9.
[인문학] I. 공부하는 노동자 | 라틴어 수업, 한동일 2017년에 출간된 이 책은, 명저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단순한 지식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서에 가깝기 때문이다.그래서일까, 챕터마다 곱씹을 구절이 많아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게 된다.이 리뷰 역시, 그 멈춤에서 시작된다.한동일 작가님은 ‘아지랑이’, ‘네뷸라(nebula)’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시는 것 같다.그의 책과 인터뷰 곳곳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이 단어들은 결국 같은 메시지를 향하고 있다."우리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아, 이글거리는 투명한 불꽃을 발견하라.공부하고 살아간다는 건,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찾아보는 일이다."“나는 공부하는 노동자다.” 작가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이 문장을 진심으로 말한다.머리로만 하는 공부는 반짝 끝나지만,몸이 기억하는 공부는 리듬이 되고, 패턴이 되고, 결국.. 2025. 5. 9.
서울국제도서전 2025 : 믿을 구석 🗓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6월 18일부터 22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올해주제는 '믿을 구석 (The Last Resort)'.각자의 '믿을 구석'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앞서, 선정된 40권의 책 중 몇 권을 미리 살펴보려 한다.도서전이 가까워지면서, 올해는 어떤 책들이 눈에 띌까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아직은 전시도, 부스도 열리기 전이지만,먼저 발표된 ‘선정도서 40’ 목록은 마치 미리 받은 보물지도처럼 기대를 부풀린다.그중 몇 권, 나의 눈에 띈 책들을 먼저 펼쳐본다.아직 읽진 않았지만, 이미 재미있다. (이게 가능한 게 책 덕후의 특권이랄까.) ☑️ 엄청난 소똥구리, 박현민 글그림 -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부문 선정박현민 작가의 그래픽 감각은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는다.절제된 색감과 .. 2025. 4. 25.
[그림책] 나의 자개장은 복숭아 씨 | 자개장 할머니, 안효림 소년은 이사를 간다.자개장만큼은 버리지 않는 어른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어느 날, 장롱 속에서 할머니가 나타난다.소년의 꿈을 이뤄주겠다며 길을 나서는알록달록 이상한 자개장 할머니...“사랑이 담긴 것들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란다.”그 문장을 천천히 되새기다가,문득 ‘복숭아’의 등장이 궁금해졌다.왜 하필 복숭아를 찾아 헤매어씨앗을 버리지 않고 건넸을까.✓ 복숭아는 동아시아 전통문화에서 불로장생, 복, 평안의 상징으로 사용됩니다.그래서 그토록 열 달 내내 복숭아를 찾았던 걸까.출산한 그 해 여름, 시어머니께서는 복숭아 몇 박스에사과보다 더 많은 “미안해”와 “사랑해”를 보내주셨다. "엄마는 자개장을 골랐다." …"사랑을 안 버려서 우리는 하나도 안 망했다."자개장은 사랑이 켜켜이 쌓이고, 바래져,마침내 ..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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