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이사를 간다.
자개장만큼은 버리지 않는 어른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느 날, 장롱 속에서 할머니가 나타난다.
소년의 꿈을 이뤄주겠다며 길을 나서는
알록달록 이상한 자개장 할머니...
“사랑이 담긴 것들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란다.”
그 문장을 천천히 되새기다가,
문득 ‘복숭아’의 등장이 궁금해졌다.
왜 하필 복숭아를 찾아 헤매어
씨앗을 버리지 않고 건넸을까.
✓ 복숭아는 동아시아 전통문화에서 불로장생, 복, 평안의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그토록 열 달 내내 복숭아를 찾았던 걸까.
출산한 그 해 여름,
시어머니께서는 복숭아 몇 박스에
사과보다 더 많은 “미안해”와 “사랑해”를 보내주셨다.
"엄마는 자개장을 골랐다."
…
"사랑을 안 버려서 우리는 하나도 안 망했다."
자개장은 사랑이 켜켜이 쌓이고, 바래져,
마침내 빛이 난다.
그렇다면, 나에게 남은 자개장은 무엇일까.
우리가 간직한 복숭아 씨앗은 한 개뿐일까.
어쩌면 그것은
복숭아 씨처럼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거나,
귀한 줄 모르고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았을까.
당신에게는 혹시, 어떤 자개장이 남아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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