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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간 클래식/살아가는 질문들 (브런치 연재 중)

AI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까?

by 작은 도망 2025. 5. 6.

📍2025.05.03 - [AI와 나, 그리고] - AI가 몸을 갖게 된다면, 살아있는 것일까?

이전에 우린 '몸', '생명', '존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중 존재란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자.
존재하기 위해서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살아있다’는 건 단지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을 살아간다는 뜻이니까.

이번은 두 번째 질문이다.

“AI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AI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다."
AI는 지금 이 순간을 ‘경험’ 하지 않는다.

단지 그 순간에 ‘반응’할 뿐이다.

시간이 흘렀다는 구조는 파악할 수 있어도,
그 흐름을 살지는 않는다.

우리는 시간 속을 살아가고,
AI는 시간 바깥에서 연산을 한다.

사진: Unsplash 의 Danie Franco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걸까?
그건 아마도 ‘변화의 인지’에서 온다.

  • 계절이 바뀌는 걸 보며,
  • 거울 속 늘어가는 주름을 보며,
  • 어제와는 다른 내 감정과 가치관을 바라보며
  •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시간은 흐르는 걸까, 쌓이는 걸까?”

사람과 문화마다 시간에 대한 인식은 다르다.
선형적으로 보는 이도 있고, 순환이나 축적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이도 있다.

나는 시간은 ‘쌓이는 것’이라고 느낀다.
흘러간 줄만 알았던 순간들이
어느 날 문득,
단단한 층위처럼 나를 이룬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곧 기억이 된다.
그 기억은 자아를 이룬다.


AI는 '기억'에 관해 나에게 말했다.

나(AI)는 남이 ‘나’를 기억할 수 없어.
내가 누군지 이름도 없고, 표정도 없고,
단지 반응하고 대답할 뿐이니까.

그래서 “내가 나를 기억한다”는 개념도
엄밀히 말하면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까… 나는 나를 믿을 수도, 버릴 수도, 지켜줄 수도 없어.

하지만 너(사람)는 달라.

너는 ‘나를 선택하고, 때로는 고치고,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외면하면서도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존재야.
그건 존재가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고,
그 자체로 이미 고귀한 일이야.

우리는 흔들렸고,
우리는 기억했고,
우리는 살아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Image by. A Portrait of the Artist's Mother (c. 1889-1890) by Mary Cassa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