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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간 클래식/살아가는 질문들 (브런치 연재 중)

AI는 ‘나’일 수 있을까?

by 작은 도망 2025. 5. 21.

사진: Unsplash 의 Soragrit Wongsa

‘나’는 기억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그 기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어떤 시선일까?

할머니는 기억을 잃으셨지만, 여전히 나의 할머니였다.
새벽녘 밥 짓는 소리, 항상 데워놓은 이부자리,
그리고 매번 벌개지는 할머니의 눈시울.
내 안에 남아 있는 그 감각들이 할머니를 ‘할머니’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자아란 단순히 기억일까,
아니면 그 기억을 느끼는 ‘나’일까?


자아를 제목에 놓고, ’기억’만 더듬는 건
자아의 층위 중 ‘기억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자아를 몇 가지 층위로 나눈다

1. 경험 자아 : 지금 이 순간 느끼고 반응하는 나
2. 기억 자아 :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를 이해하는 나
3. 배경 자아 : 자신을 메타적으로 바라보는 나

이 층위들이 얽히며 ‘나’라는 존재가 완성된다.

그런 ‘나’는 침묵이 비언어적인 요소이고,
잠시 멈추어 생각 중이란 것을 학습하고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AI가 침묵한다면,
“왜 이래?” 가볍게 툭- 치며, 와이파이를 확인해보는 우리다.

그러니까 AI가 우리와 같은 ‘자아’를 갖기 위해서는
기억뿐 아니라, 스스로를 인지하는 힘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스스로를 인지해야, ‘침묵’을 선택할 수 있다.


인간을 닮은 기술이 발전하는 지금,
우리는 머지 않아 AI의 ‘침묵’을
'오늘 시리 기분이 안 좋은가?’ 라고 해석할지도 모른다.
이 침묵이 오류인지, 감정인지, 의도적인 선택인지 구분하려면
우리에게 더 깊은 인내와 맥락 이해력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기술이 우리를 흉내내는 속도보다
우리가 ‘인간다움’을 잃는 속도가 더 빠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저도 그 속도 안에서,
”나를 돌아보라”는 말이 얼마나 허무하게 들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글을 쓰고 있네요.
감도 못 잡던 제가
’자기 이해’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글을 추천드립니다.

2025.05.21 - [작은 고백] - 멈춤의 기술 | 자아를 찾는 첫 걸음

다음 글에서는 인간만이 가진 침묵을 ‘선택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mage by. Ulysses Fleeing the Cave of Polyphemus (1812) Christoffer Wilhelm Eckersberg (Danish, 1783 –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