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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간 클래식/작은 고백

피라미드는 많을수록 좋다 | 대한민국의 계급도

by 작은 도망 2025. 7. 15.

1. “사람들”은 정말 존재하나요?

“사람들이 다 그래”, “사람들이 그렇게 살더라”—누구나 한 번쯤 말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친구? 이웃? 아니면 SNS 속 이름 모를 익명들?

 

조승연 작가는 이 ‘사람들’이 사실 내 안의 허상이라고 말한다.
사회를 바라보는 내 렌즈, 내가 믿고 싶은 틀,
그리고 내가 두려워하는 욕망이 만든 유령 군단.
우리가 “사람들이 이렇게 본다”라고 말할 때,
정작 그 말은 내 불안을 내 입으로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다수의 기준' 앞에서 흔들리고,
어느새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놓쳐버린다.


2. 하나의 피라미드에 목숨 거는 사회

한국 사회는 은근하고도 집요하게 하나의 피라미드를 강요한다.
'도시별 평균 연봉', ‘명품백’, ‘대학’, ‘연봉별 자동차’—계급도를 그리는 일에 익숙한 나라다.

조승연 작가는 말한다.
"한국인이 계급화를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계급도 그리는 건 참 좋아한다." 피식 웃다가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하나의 피라미드에 올라가려다 다른 피라미드—건강, 관계, 자아—에서는 추락하고 있다.
그 추락은 조용하지만, 가차 없이 진행된다.


3. 맞지 않는다면, 이 피라미드를 떠나자

다행히도 세상에는 육상도 있고, 체조도 있고, 바둑도 있다. 성공의 종목은 하나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나의 경기에서만 이기려 애쓴다.
돈 피라미드, 학벌 피라미드, 팔로워 피라미드… 하지만 삶은 훨씬 더 다채롭다.

누군가는 시간을 풍요롭게 쓰는 능력으로,
누군가는 유머감각으로,
또 누군가는 꾸준히 밥을 짓고,
아이를 돌보는 사랑의 기술로 꼭대기에 선다.

당신의 종목은 무엇인가?
그 종목의 피라미드는,
이미 당신의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4. 내가 고른 피라미드에서 살아가기

 

나는 한때 여초 중심의 엔터회사에서 근무했다.
다들 근사했다. 말투도, 옷차림도, 야망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와 함께 문화센터니, 사설 교육시설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좋다니까’—우리 형편에 무리해서 등록한 곳들이었다.
근사함을 넘어, 나는 점점 초라해졌다.
아이 교육에 집중할수록,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가진 걸 나도 갖고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사실,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 나 자신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모든 교육시설도 끊었다.
물론 버티며 내 멘털을 단단히 키우는 길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작은 도망'이었다.
나는 그 피라미드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러고 나서야,
그 많던 물건들과 스케줄, 시선들 속에서
내가 진짜 원하던 건 하나도 없었다는 걸 알았다.

지금 나는,
더 친절하고 다정한 가족 구성원이 되고 싶다.
그게 나에게는 더 높고, 더 따뜻한 꼭대기다.

행복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오지 않는다.
내가 숨 쉴 수 있는 오르막,

나와 리듬이 맞는 언덕에서 온다.

인간은 계급을 꿈꾼다.
인정받고 싶고, ‘위에 있다’는 느낌에서 오는 쾌감은 본능이다.
문제는 욕망이 아니다. 그 욕망을 어디에 쏟아붓느냐다.
남이 설계한 피라미드에서 1등이 되려 애쓰다 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이미 바닥 어딘가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

경쟁은 악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경쟁만 허락된 사회는 분명 문제다.
각자의 체급과 리듬, 가치와 속도를 존중하는 사회.
그게 바로, 피라미드가 많은 사회다.

그곳에서는 "내가 고른 피라미드에서, 나만의 기준으로 1등"을 할 수 있다.

 

당신에게 묻습니다

지금, 당신이 오르고 있는 피라미드는 당신이 직접 고른 것인가요?
그 피라미드를 오르기 위해, 무엇을 내려놓고 있나요?
그리고… ‘사람들’은 정말, 당신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 있나요?

 


***관련 영상 : 조승연의 <한국인은 왜 급나누기를 좋아할까?> (YouTube)